옛날 옛적의 전쟁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화약이 발명되기 전, 전쟁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하고 벌이는 것이었다.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탕 위에서 무거운 칼을 들고 서로 치고 받는 매우 생생한 현장이었다.
거리를 두고 공격할 수 있는 것이라야 불과 수십 미터 안에서 발사하는 긴 화살이 전부였다. 쏘는 것이 보이는 것은 물론, 날아오는 것을 보고 막을 수도 있었다.
병사 한 명이 적 한 사람 이상을 죽이는 것이 성과인 전투에선 아무리 성공한 작전이라고 해도 수 많은 사람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언제나 분명한 사실이었다.
화약의 발명은 수십 미터의 거리를 수백 미터로 벌려놓았고 눈 앞의 거대한 적을 수센티미터짜리 대상으로 줄여버렸다. 기술이 발전하며 그 크기는 밀리미터 단위로까지 줄어들었고 결국 그래프와 모니터와 버튼으로 대상이 바뀌어버렸다. 전쟁은 적을 코 앞에서 마주대하는 것에서 화면을 마주대하는 것으로 변했다.
전쟁의 물리적인 면 외에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도로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기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벗어날 일이 거의 없었다. 거주지 외각에 있는 산과 숲은 사람을 위한 장소가 아니었고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장소였다. 전설, 민담, 신화는 이런 것을 바탕으로 생긴다. 태어나고 자라 알고 있는 수 킬로미터 영역 이외에는 온통 미지의 세계이고, 그 알 수 없는 장소는 상상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당장 죽을 수 있다는 느낌이 그 보다 더 강할 수 없는 장소에서 심리적 상태는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미지로 둘러쌓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익숙한 것을 활용한다.
전쟁터는 종교가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되는 장소이다. 이곳에서 죽으면 발키리가 발할라로 나를 데려다 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 이 방법은 21세기인 지금도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죽으면 72명의 처녀와 낙원에서 지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만 있다면 그가 폭탄테러를 저지를 수 있게 할 수 있다.
또, 반드시 적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식의 생각은 실제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사기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흉악하고 무자비한 이민족을 상대하는 것이 편할지, 그 무서운 이민족이 되는 것이 편할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눈 앞에서 칼과 칼이 만나면 어떤 조건보다 심리 상태가 가장 중요해진다.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돌려서 한 이유는 1066이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너무나도 잘 느끼게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1066은 실제 역사 - 영국이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에게 점령된 노르만 정복을 다룬 게임이다. Story 모드를 진행한다면, 바이킹의 침략, 영국의 방어, 노르만족과의 헤이스팅스 전투를 거치며 당시 벌어졌던 일을 경험하게 된다.
전투 장면에선 두 세력이 맞서 싸우는 치열한 장면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근접전은 느린 템포로 진행되고, 전투에서는 진형과, 사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훌륭한 효과음과 성우의 연기는 몰입감을 더한다.
전투 화면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뉜다. 상단에 아군과 적이 치고 받는 화면이 나오고 하단에 상황 패널과 전투 맵이 보인다.
미니 게임이 펼쳐지는 패널은 보통 상황에는 왼쪽 그림과 같이 전체 군사나 유닛별 상황을 보여준다. 사람 모양은 총인원, M은 사기, 방패 모양은 방어력, 주먹은 공격력을 나타낸다. Army Morale은 전 군사의 사기를 나타낸다. 적과 조우해 전투가 펼쳐지면 이 화면에서 미니 게임이 나타난다.미니 게임 패널 하단은 전투맵이다. 아이콘을 클릭해 아래와 같은 행동을 지정해 턴방식으로 싸우게 된다.
- Move: 이동. 적이 있는 곳까지 접근시키면 화살표가 붉은색이 되고 공격할 수 있다. 같은 줄에 있는 적이 아니면 공격할 수 없다. 공격 미니게임은 가운데 있는 줄에 맞춰 아이콘과 같은 방향의 방향키를 눌러서 한다. 또 충분히 먼 거리에서 적에게 공격을 시도하면 Charge 공격을 할 수 있다. 차지 공격은 스페이스바를 연타해 공격력이 높히는 방식이다.
- Fire: 궁수의 경우 사격 버튼이 나타난다. 화살은 마우스를 드래그해서 각도와 힘을 조절해 발사한다.
- Taunt: 느낌표 표시를 눌러 적을 도발한다. 화면에 보이는 문장을 타자한다.
- Fortify: 적의 공격을 대비해 방어력을 높힌다.
- Break: 유닛을 묶어 진형을 갖췄던 것을 풀고, 각자 움직일 수 있게 한다.
1066은 멀티 플레이를 지원한다. 컴퓨터와의 전투도 흥미진진하지만, 인공지능이 한정되어있는만큼 사람과 대결하는 것에 비교할 수는 없다. 국가는 물론 유닛 배치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외성은 더욱 높아진다. 스토리를 즐겼다면 꼭 멀티플레이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