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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어드벤처

거짓을 넘어 진실을 향해 - Depict1

정체불명의 함정 같은 공간.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장소인지 알아보려고 머리를 굴리기도 전에 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고 싶으면 내 말을 따라라. 일단 움직이려면 방향키를 눌러라.”

곧, 그의 말은 거짓말임이 드러난다. 방향키를 눌러봐야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Depict1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어떤 게임인지, 게임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도 않고 대뜸 거짓말로 플레이어를 속이기 시작하는 엉뚱함으로 당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게임의 기본 규칙은 그야말로 기본 규칙으로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플레이어가 조작법을 알아가는 과정까지 게임의 일부가 되었다.

Depict1

목소리는 다시 말한다. 빛줄기는 현재의 상황을 되돌릴 뿐 빠져나가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같은 자리를 방황하다 어쩔 수 없이 빛줄기 쪽으로 다가가면 다시 그의 말은 거짓이었음이 밝혀진다.

Depict1 02

게임을 시작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알려주는 존재는 열에 아홉은 조력자가 되어주지만 Depict1에서는 그런 것 같지가 않다. 그는 끝없이 거짓말을 해 대며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만 한다.

Depict1 03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알아가며 앞으로 진행해 나가면 본격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시작되고 게임이 게임다워진다. 그러는 동안 목소리는 진행 방법 이외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나간다. 믿을 수 없는 상대이기는 하나 주인공에게 잘 해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여전히 악질적인 거짓말쟁이로 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분명한 건 그의 존재가 게임의 색깔을 정한다는 것이다. Depict1을 퍼즐 플랫포머라고 부르기는 곤란한 것이 출구를 찾기 위해 복잡한 문제를 풀며 해결 방법을 찾는 과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출구로 나가는 과정이 쭉 뻗은 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쉽지도 않은 건 목소리가 던지는 말을 믿건 안 믿건 그가 한 말이 플레이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Depict1 04

엔딩을 향해 나가는 길은 필연적으로 그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길과 연결된다. 주인공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오로지 거짓말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 그는 누구일까. 엔딩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다른 엔딩이 존재한다는 말 또한 거짓말일 것 같고 끝없이 게임 속을 방황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진실을 알아낼 진짜 엔딩이 숨겨져있는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 스테이지로 이르는 길을 스스로 찾아냈듯 진짜 엔딩을 찾아내는 것도 플레이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