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집, 새와 나누는 대화, 안개에 덮인 것 같은 흐릿한 풍경,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Coma는 이렇게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시작되는 게임이다.
주인공인 Pete는 여동생이 붙잡혀있고 몰래 구출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모험에 휘말린다. 하지만 좀 더 이전 장면에서부터 현재의 경험은 사실이 아니라는 힌트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게임을 진행할수록 그런 단서는 점점 더 많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야기의 정체는 제목에 이미 대놓고 드러나있어 외부적인 실제 상황이 혼수 상태라는 것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게임 내부적으로도 풍경의 변화, 발음만 같고 스펠이 틀린 단어, 이야기의 갑작스러운 변화 같은 단서들이 의식 세계 너머의 어딘가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은 방향키로 컨트롤하고 마우스로는 대화를 선택하며 진행한다. 어떤 대사를 선택하는가는 게임 진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라 건너 뛰어도 진행에는 문제가 없다. 분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 다른 대사를 선택해도 선택과는 상관없이 정해진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주인공을 직접 움직이며 구조물들을 뛰어넘는 게임이지만, 상황에 맞는 도구를 찾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보면 클릭 없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스타일의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음악이나 배경화면이 풍기는 분위기가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더욱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엔딩을 보면 게임이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 의미를 모르겠다는 인상을 받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코마에서 중요한 건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다. 코마가 보여주려는 것은 혼수 상태 그 자체이다. 무의식을 대표하는 꿈이 그런 것처럼 이야기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갑자기 이동하고 줄거리는 명료하지 않으며 논리가 없어 보인다. 게임이 주는 경험은 꿈보다는 좀 더 명료한 느낌이 들지만 여전히 의식의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