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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특집

[고전] 그 옛날 플래쉬 게임들은 어땠나. (100회 특집)

게임 외적인 내용은 되도록 적지 않으려고 하지만 의미 있는 100회 특집이고 해서 간단하게 무언가 적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게임과 관련 없는 내용은 지나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접어두기로 스슥


요전 글에서 최근 1년 사이에 플래쉬 게임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플래쉬게임과 플래쉬게임 사이트가 하나하나 생겨나고 점점 다양해지는 걸 지금까지 봐오면서 드는 생각을 적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잠깐 시간 때울 그래픽 엉망에 버그 투성이인 아이디어 부족한 게임들'이라는 게 플래쉬 게임에 대한 인상이었다.

그때는 100에 99는 엉망(사실 좀 더 심한 표현을 생각하고 있지만)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블로그에 올릴 게임을 찾는 과정을 스스로 분리수거에 비유한다. 90%의 게임은 한 번 클릭하고 닫아버리고 어떤 경우는 제목이나 스샷만 보고 클릭하지 않기도 한다. 반짝이는 게임들은 그런 무수히 많은 저급품 사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관점에서 초창기 게임을 보면 얼마나 이상했을지 한 번 보자는 것이 원래 이 글의 목표였다.


Crazy Climber
플래쉬게임 사이트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콩그리게이트(Kongregate)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은 2006년 10월 10일에 올라온 Crazy Climber이다. 일단 조작감을 느끼면 어떤 게임인지 감이 오실 거다.

사실 2006년 10월이면 멀쩡한 게임들 많았다. 한 예로 The Fancy Pants Adventures가 그때 나온 게임이다.

잘 알려진 사이트의 경우 의외로 역사가 길지 않은데 아머게임즈(Armorgames)의 경우는 2005년, 니트롬(NItrome)의 경우는 2007년에 생겼다.

■ Fancy pants

많은 사이트들이 부침을 겪고 강자로 살아남지 못 해서 그렇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 크레이지멍키게임즈(Crazymonkeygames) 같은 경우 조금 더 먼저 생겨 2004년에 시작했지만 한때 날리던 것과 달리 Boxhead 시리즈 이후로는 변변한 활약이 없다. 플래쉬게임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던 곳이 신흥 강자에게 밀려 눈에 띄지 않게 된 건 이 경우 하나만은 아니다.

그리하여 명색이 고전이라고 하면 21세기가 열리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이제 와선 흔적을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찾아낸 기억 속의 게임들을 이야기를 이제부터 하나 하나 보여드리려고 한다.


고전이라고 하면 이 게임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Zoo keeper

2002년 Zoo keeper가 당시 인터넷 세상을 휩쓸었던 것이 기억난다. 주키퍼. 초창기 중독성 게임 하면 역시 이 게임이었다. Nintendo DS로도 발매되었기 때문에 게임성은 보장된다고 할까. 이걸로 밤새는 사람 몇 봤다. 난이도가 점점 상승하면서 알록달록 배경따라 정신도 멍해진다.

■ Zoo keeper

비슷한 시기에 나온 Point and Click 어드벤처 게임 Panda Adventure를 기억하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

이 블로그에서 추리게임이라고 장르를 분류해놓은 게임들의 선배되는 게임이다. 심지어 배경음악이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지만 당시로선 적절한 디자인과 게임성으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포인트 앤 클릭 분야는 그때나 지금이나 만만한 장르이다. 초창기 주류 게임은 상당수가 클릭으로 뭔가를 찾아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쪽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엉망으로 디자인 된 게임들이 적절한 힌트 없이 무수한 클릭만 유도해서 지금까지 악감정이 남아있는 장르이다; 오늘 이 순간도 초보 게임 제작자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장르이고 수 많은 분리수거 대상이 서버의 공간을 낭비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 점을 생각하고 게임을 하신다면 당시의 느낌이 나실까 모르겠다.

■ Panda Adventure

2003년 나온 Gold Miner다. (원 출처는 여기 같지만 게임을 실행하려고 하면 무언가 설치하라고 해서 부득이하게 하단에 출처를 명시해둔 믿을 수 있는 사이트의 링크로 대체했다.)

Gold miner

'플래쉬 게임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경우를 거슬러 올라가면 윗자리에 골드 마이너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균형잡힌 난이도, 적절한 아이템, 게임 디자인. 요즘 나온다고 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게임임에 틀림 없다.

■ Gold Miner

다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예전 평균이 어떤가 보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미니클립(MIniclip)은 2000년에 생겼고 그 무렵에는 유명인 패러디 자료 같은 걸 주로 만들던 곳이었다. 요즘 같은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건 1년이 넘게 지난 다음이었다.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외의 자료는 지금의 사이트에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2001년도 게임 Kingpin bowling이 어떤 모습인지 보자.

Kingpin bowling

클릭해서 실행해보면 다들 비슷한 느낌을 가질 거다. 지금 기억하고 있는 당시 플래쉬게임의 평균 모습이 저 모습이다.

쇼크웨이브 게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해야겠다. 쇼크웨이브는 예나 지금이나 그래픽이 플래쉬게임보다 괜찮고, 게임들의 완성도 평균 점수를 내면 단연 플래쉬게임을 앞선다. (게임을 별로 안 만들고 귀찮은 설치 과정을 한 번 더 겪어야 해서 그렇지...)

2001년 넷베이비(Netbaby)에서 나온 리듬게임 16-Beat가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다. 여기 언급한 게임 중에서도 연장자인데 게임성은 물론 게임 제작 센스가 돋보인다. 이 사이트도 독특한 게임과 캐릭터, 고유의 난이도 등으로 느낌이 좋았던 곳인데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 16-Beat


글을 쓰기 전에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지금 생각은 시기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 관련 기술이나 디자인의 발전과는 별도로 잘 만든 게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재밌다. 시간이 게임의 빛을 바래게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예전 게임이 엉망인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 게임이 엉망이었던 거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다.

물론 위 있는 게임들은 추리고 추린 결과물이기 때문에 특별히 재밌는 것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최근 1년 정도 사이에 왜 플래쉬 게임, 웹 게임의 질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드는지 해답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전문 사이트와 유료 컨탠츠 시장의 확대 등으로 플래쉬게임 제작이 돈이 되는 일이 되면서 능력있는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PC 뿐 아니라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두 가지 모두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질이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간단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먼길을 돌아왔다. 잘 만든 게임은 시간이 흘러도 잘 만든 게임이고, 앞으로 우리는 재밌는 게임을 즐길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거다.

그것은 눈에 띄는 게임을 골라내고, 블로그를 찾아준 여러분이 그것을 즐기는 모습을 볼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