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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특집

기승전병. Nitrome식 병맛 엔딩 – Double Edged

(이야기를 시작하게 앞서 밝혀둘 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몇몇 Nitrome 게임의 엔딩에 대해 말할 것이고, 거기에는 며칠 전에 소개한 Tiny Castle 이야기도 포함될 것이다. 엔딩에 관해 알고 싶지 않다면 나중에 다시 읽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Tiny Castle 이야기를 하면서 ‘니트롬식 결말’이라는 표현을 썼다. 니트롬식이라는 단어를 어떤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인지 이야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따로 글을 적어보기로 했다.

니트롬에서 만든 모든 게임의 엔딩이 독특한 것은 아니다. 진지하게 시작해서 진지하게 진행하다가 당연한 방식으로 끝나는 게임들도 있고, 엉뚱한 소재로 시작해서 예측 가능한 엉뚱함으로 끝나는 게임들도 많다. 그러나 그 중에는 예측하지 못 한 방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엔딩을 보여주는 게임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Graveyard Shift가 있다. 묘지의 관리인으로서 플레이어는 총을 들고 날뛰는 좀비나 거대 거미 같은 괴물들을 상대하게 된다. 15개의 까다로운 스테이지를 꽤 긴 시간을 들여 끝내고 나면 보게 되는 엔딩은 이런 것이다.

‘당신은 무사히 오늘의 직무에서 살아남았다. 내일 8시에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니 잠을 자두는 게 좋을 거다. – 그 아가씨들은 당최 조심할 줄을 모른다.’

Graveyard Shift

내용인즉 게임 중간에 실수로 사격하거나, 괴물에게 당하게 놔두면 여러분의 HP를 깎는 아가씨 캐릭터가 묘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빠르게 해야만 했던 총질, 깨기 위해 수도 없이 반복했던 스테이지... 플레이하며 했던 수고에 대한 관점을 싹 바꿔놓는 엔딩이 아닐 수 없다.

cold storage

역시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는 Cold Storage는 거인의 냉장고가 분명한 깊은 구렁에 갇힌 예티가 하늘을 향해 끝없이 점프하며 탈출하는 내용을 가진 게임이다. 이것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 하며 모든 시련을 이겨내면, 짜잔~ 마지막은 거인의 햄버거 속으로 들어가면서 끝이 난다.

30분. 한 시간. 길면 좀 더. 까다로운 난이도의 스테이지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끝까지 왔는데 보게 되는 전혀 엉뚱한 한 문장. 그게 바로 니트롬식 병맛 엔딩이 선사하는 신선함이다.

Tiny Castle에서는 좀 더 엔딩에 공을 들였다는 점만 다르다. 변화무쌍한 미로인 성을 가로질러 공주에게 도착한 기사. 공주가 입을 연다.

‘저를 구하기 위해 이 먼길을 오셨군요.’

기사의 답이 이어진다.

‘집어치워요. 내가 왜 왔는지 알잖아요! 퇴거 공지하려고 왔습니다.’

아... 그들의 대화는 계속 된다.

tiny castle
‘퇴거 조치? 아닌데 우편으로 수표보냈는데!’

- 그러게요. 내가 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군요.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잘못한 것도 없단 말이에요.’

- 잘못한 게 없다고요? 인테리어 다 바꿔놓은 건 뭐고, 트랩은 설치해서는 안 되는 거였잖아요! 성 안에 애완동물이 있어서도 안 되는 거였고! 내가 오는 동안 다 봤다구요! 침수된 건 또 뭐며, 불탄 곳도 있잖아요! 그리고 최종 보스로 할아버지를 불러낸 건 또 뭡니까!

‘하지만, 하지만... 난 진짜로... 돈도 없는데!’

- 돈이 없다구요?! 내가 오는 동안 본 금화 상자들은 다 뭐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주머니에 돈을 가지고 있었어요! 애완동물들에게 돈을 쥐어준거라면 진짜로 제정신이 아닌 거군요.

‘하지만, 하지만...‘

- 더 이상 변명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오는 동안 발견한 금화는 제 비용으로 충당하겠습니다. 빨리 나가세요!

또 다른 뒷통수치는 결말은 Snow Drift(예티가 얼음 마을에 사는 펭귄 같은 친구들을 마구 밀치고 날카로운 고드름을 피해 빠른 시간안에 어딘가로 가려고 한 것은 음식점이 문 닫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서), PowerUp(전기를 충전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퍼즐인데 끝날 때 외계인의 광선 무기를 충전시켜준 거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지구는 침공당한다.) 같은 게임에서도 역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게임들보다 충격적이며, 니트롬식 병맛 결말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은 따로 있다. Double Edged...

Double Edged

게임을 시작하면 Oh My Statue!를 외치는 오프닝 크레딧에서부터 벌써 수상한 기운을 느꼈다면 정답이다.

더블 엣지드는 단순히 결말을 설명하는 걸로는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다. 수 많은 적들을 베고, 헤라클래스 같은 괴물 보스를 이기고, 마지막으로 고생고생해서 키클롭스를 쓰러뜨린 후에 나오는 단 한 문장을 직접 감상해야만 진정한 니트롬식 엔딩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결말의 맛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남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