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 90년대 초. 아직 동네마다 오락실이 건재하게 남아있던 그때. 오락실에 동전을 걸어놓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임들 중에는 꼭 횡스크롤 액션게임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었다.
별 하나에 파이널 파이트와
별 하나에 베어 너클과
별 하나에 캐딜락 앤 다이노소어스와
별 하나에 원코인 클리어와
별 하나에 하이스코어 이름 새기기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횡스크롤 액션게임을 하나씩 불러 봅니다. 초등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코디, 가이, 해거 이런 이국 소년들의 이름과, 벌써 폐기처분된 게임들의 이름과, 백원만 시켜달라던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캡콤, 세가, SNK 이런 회사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국어 드립은 한 번 치면 계속 하고 싶어서... 아무튼, Dino Strike는 딱 그 시기의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게임이다.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자면 위에 언급한 파이널 파이트, 베어 너클, 캐딜락 앤 다이노소어스 같은 게임을 대놓고 따라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영향이 큰 게임은 줄거리와 핵심 등장 인물(?)을 가지고 온 캐딜락 앤 다이노소어스이다.
공격 패턴은 당시 횡스크롤 액션게임의 패턴을 완벽하게 빼닮았다. 콤보, 잡기, 잡고 때리기, 던지기, 찍기, 달리기, 날아차기, 콤보 중에 반대편 때리기, 필살기 등등 생각나는대로 입력하면 거의 모든 공격 방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상자나 캔을 깨면 나오는 아이템 사용도 마찬가지이다.
게임이 워낙 대뜸 시작해서 자세한 사연은 모르겠는데 주인공들은 그린피스 정도 되는 환경 단체에 소속된 모양이다. 실험 대상이 되어 정신줄을 놓은 공룡들을 때려서 구해주면 친구가 되고, 공룡을 괴롭히는 악당들은 사정없이 손봐준다.
난이도는 Easy, Normal, Hard 세 가지에 Easy로 시작해 반복할 때마다 하나씩 다음 단계의 난이도가 열린다. Easy는 심하게 쉬워서 스페셜 공격인 L키가 필살기나 다름 없는데 HP는 닳지 않고, 보스도 그냥 체력 많은 유닛이고, 주인공은 신 정도 된다. Hard 난이도는 되어야 할만 하지 싶을 정도.
안 좋은 이야기 꽤 한 것 같은데 막상 해보면 옛날 횡스크롤 액션게임 생각도 나고 재밌게 할 수 있는 편이다. 한 번은 남자 캐릭터로, 한 번은 여자 캐릭터로 해보면 반복한다는 느낌도 별로 들지 않고, 난이도 새로 열리면 또 좀 더 할만 해져서 이래저래 계속 하게 되기도 한다. 다 떠나서 오래간만에 예전 게임의 느낌을 잔뜩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게임 하는 재미는 충분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