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마리오 귀신 같은 사람. 최종 보스를 쓰러뜨리고 공주(와 그녀의 강아지)를 무사히 구해간 그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겠지만 본의 아니게 악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가족 같은 마음으로 일하던 고용 관계에서 사장님 자리를 없애 버림으로서 고아 같은 직원을 만들어 내고 만 것이다.
7년. 오대수도 아~ 이 정도면 만두 좀 먹었구나 할 기간 동안 충실한 부하 Enemy 585는 옴짝달싹 못하고 블록과 블록 사이를 오갈 뿐이었다. 그를 불쌍하게 여긴 특별한 블록들이 나서기 전까진 말이다.
Enemy 585는 다시 한 번 Nitrome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지는 게임이다. 일단 게임 시작 전에 펼쳐지는 스토리를 보고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불쌍한 Enemy 585를 보며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게임의 주인공은 585번 부하이지만 조작하는 건 그를 도와주는 블록이다. WASD나 방향키를 이용해 바쁘게 블록을 움직이고, 스페이스바를 눌러 방향을 전환한다. 블록은 바닥에 깔아 585를 도와주거나 한 단 높이 앞에 두어 벽을 기어오를 수 있게 한다. 완전히 길을 가로막으면 방향을 바꿔 반대편으로 향하게 할 수도 있다. 585가 너무 느리게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면 F를 가만히 누르고 있으면 된다.
마리오 월드. 아 그러니까 해피 점프 랜드의 각 지역들을 돌아다니면 서로 다른 모양의 블록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테트리스에서 가장 원하는 막대 모양을 하고 있다가 다음부터는 구조가 조금씩 복잡해진다. 단계가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낮아질수록) 블록 모양은 다루기 까다로워진다.
자유도에 대해 한 가지 이야기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 어떤 게임이든 자유도는 높을수록 좋지만 개방적이 되면 통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이 나오기 마련이다. 스테이지 디자인은 원래부터 에너미 585를 위해 되었던 게 아니었겠지만 이동에 제약이 있는 지역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곤란함을 이겨내고 목적지까지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 게임의 재미가 느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 때가 꽤 있는 편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 어느 정도의 반복은 필수가 될 것이다.
이래저래 갈 길은 멀다. 레벨을 거슬러 좌측으로 진행하며 에너미 585는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집이나 다름 없는데 가면 또 어디로 간단 말인가; 아무쪼록 블록들이 에너미 585를 무사히 이동시키려면 몸과 마음을 다 하셔야겠다.